로마의밤1 이탈리아 로마 여행 |돌과 빛이 겹겹이 쌓인 도시에서 로마에 도착한 날, 공항 문이 열리자마자 공기에 스며든 라벨 향과 뜨거운 흙냄새가 먼저 나를 맞았다.택시 창밖으로 흘러가는 전나무의 실루엣, 붉은 기와지붕, 어두운 돌담의 그림자까지도시는 오래된 영화의 오프닝처럼 천천히 초점을 잡아갔다.“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이곳의 길은 결국 시간을 향해, 혹은 시간을 거슬러 흐르고 있었다. 1) 콜로세움—시간의 균열에 서다아침의 로마는 의외로 고요하다. 콜로세움 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오자 첫 빛을 받은 아치가 금빛으로 깜박였다.거대한 타원형의 벽면은 수천 개의 긁힘과 균열로 가득했는데, 정작 그 상처들이 이 건물을 더 단단하게 보이게 했다.나는 손바닥을 차가운 돌에 대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함성과 피, 모래 먼지와 쇠사슬 소리. 책에서만 .. 2025. 9. 2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