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신약의 실패 요인: 과학, 전략, 운의 삼중주 본문
– 한 알의 약이 시장에 오르기까지 사라지는 90%의 이야기
바이오 신약 개발 회사에 몸담고 있는 N년차 박사가 들려주는 신약 개발 이야기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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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가 실패한다는 말, 사실일까?
신약 개발은 성공 확률이 10%도 되지 않는 분야다.
미국 Tufts Center 연구에 따르면, 임상 진입 신약 후보 중 약 12%만이 최종 시판에 성공한다고 한다.
나머지 88%는 임상 중단, 허가 거절, 시장 실패 등으로 사라진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단지 운이 없어서일까? 아니다.
신약 실패에는 명확한 과학적, 전략적 이유가 존재한다.
🔬 1. 과학적 실패: 약이 ‘생물학적으로’ 안 되는 경우
가장 흔한 신약 실패 원인은 작용 기전(MOA)이 불명확하거나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주요 예시:
- 표적이 치료에 실제로 중요하지 않은 경우
→ 예: β-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한 수많은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실패 - 동물모델에서는 효과가 있었으나, 사람에게는 미비한 경우
→ 인간의 생리적 복잡성은 동물 모델보다 훨씬 정교하다. - 부작용으로 인한 임상 중단
→ 독성이나 예상치 못한 면역 반응 등
📌 실패 사례:
BACE1 억제제 계열의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들은 임상 2상~3상에서 연달아 실패했으며, 이로 인해 관련 파이프라인 전체가 조정되었다.
📉 2. 임상 설계와 데이터 해석 실패
약물 자체는 유효할 수 있지만, 임상시험의 설계 오류나 데이터 분석 미숙으로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 오류:
- 환자 수가 적어 통계적 유의성 확보 실패
- 적절한 임상 지표(endpoint)를 설정하지 못함
- 환자 모집 대상이 너무 이질적이거나 조건이 불명확함
예를 들어, 한 항암제가 특정 유전형에서만 효과가 있던 것을 몰랐던 경우,
전체 환자 대상으로 했을 때 평균 효과는 ‘없음’으로 나타날 수 있다.
⚖️ 3. 규제와 허가 실패
- FDA, EMA, 식약처 등 규제기관이 안전성 또는 자료의 불충분함을 이유로 허가를 거절하는 경우
- 일부는 자료 보완 후 재심사 받지만, 시장의 기대를 한 번 잃으면 회복이 어려움
예: Sarepta의 Duchenne 치료제는 FDA 내부 의견차로 ‘조건부 승인’을 받기까지 2년 가까이 논란을 겪었다.
💰 4. 상업화 실패: 약은 있지만 시장이 없다
- 경쟁 제품 대비 뚜렷한 장점이 없을 때
- 약가는 비싼데, 보험 등재가 안 되면 실질적 처방 불가
- 시장 크기(환자 수)가 예측보다 작거나, 실제 사용률이 낮은 경우
📌 실패 사례:
파킨슨병 치료제 ‘NUPLAZID’는 FDA 승인을 받았지만, 부작용 우려와 시장 수요 부족으로 매출이 기대에 못 미쳤다.
🛡️ 5. 특허, 라이선싱, 전략 실패
- 경쟁사의 특허 소송에 걸려 제품 출시 지연
- 후속 개발을 위한 자금 확보 실패
- 공동개발 파트너와의 계약 종료
전략은 기업 생존의 핵심이다. 기술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 신약 실패는 모두의 교훈
하나의 신약이 실패하면 그 프로젝트에 참여한 수백 명의 연구자, 기업, 투자자가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이 실패는 다음 성공의 기반이 된다.
실패한 작용기전이 다른 적응증에서 성공할 수 있고,
부작용 데이터는 새로운 약물 디자인의 기초가 된다.
💡 실제로 항암제로 개발되다 실패한 약물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전환되어 승인받은 사례도 있다.
결론
신약 실패는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복합적인 시스템 오류의 결과다.
과학, 임상, 규제, 마케팅, 전략 –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미숙하면 성공은 요원하다.
그래서 신약 개발은 ‘의약품’이 아니라 ‘통합지식의 집약체’라고 불린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실패조차도 결국 의학의 진보를 위한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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