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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상 시험: 세포와 동물로 시작하다 본문
바이오 신약 개발 회사에 몸담고 있는 N년차 박사가 들려주는 신약 개발 이야기 6.
전임상 시험이란 무엇인가?
전임상 시험(Preclinical study)은 신약 후보 물질이 임상시험, 즉 사람에게 투여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사전 안전성 및 효과 검증 과정이다. 간단히 말해, 후보 물질이 약으로서의 가능성을 갖췄는지를 세포 실험과 동물 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단계다.
쉽게 말해, 전임상 시험은 **"이 약을 사람에게 써도 될까?"**라는 질문에 과학적으로 답하기 위한 사전 검증이다. 아무리 유망한 물질이라도, 이 단계를 통과하지 못하면 임상시험으로 넘어갈 수 없다.
이 단계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으로 진입하기 위한 관문이자, 규제기관(FDA, EMA, 식약처 등)에서 요구하는 IND(임상시험계획) 신청의 필수 요건이다.
어떤 실험이 이루어지나?
전임상 시험의 핵심은 다음 세 가지로 나뉜다:
- 약리작용 분석(Pharmacodynamics, PD)
– 후보 약물이 질병 관련 타깃에 작용해 실제 생리적 변화를 유도하는가를 검증한다.
– 예: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지, 염증 반응을 감소시키는지 등 - 약물동태학(Pharmacokinetics, PK)
– 약물이 **몸속에서 어떻게 흡수되고, 분포되며, 대사되고, 배설되는지(ADME)**를 분석한다.
– 이 정보를 바탕으로 적절한 투여 용량과 주기를 예측할 수 있다. - 독성 시험(Toxicology)
– 약물이 인체에 유해한 작용은 없는지, 반복 투여 시 장기적으로 안전한지 확인한다.
– 급성 독성, 반복 투여 독성, 생식독성, 유전독성, 발암 가능성 등을 다양한 동물 모델에서 확인한다.
실험 대상: 세포에서 동물로
전임상은 보통 **세포 실험(in vitro)**과 동물 실험(in vivo) 두 축으로 이뤄진다.
- 세포 실험: 특정 단백질 발현 세포주나 질병 모델 세포에 약물을 처리해 약효와 독성을 관찰한다.
– 예: HepG2 간세포, HeLa 암세포, iPSC 유래 세포 모델 - 동물 실험: 보통 **설치류(마우스, 랫드)**와 **비설치류(개, 원숭이 등)**를 함께 사용한다.
– 사람과 생리학적으로 유사한 종을 선택해야 하며, 두 종 이상의 데이터가 IND 신청 기준이다.
이 실험들은 모두 GLP(Good Laboratory Practice) 기준에 따라 수행돼야 하며, 규제기관 제출용 공식 데이터로 활용된다.
최신 트렌드: 동물 없는 전임상? 과학이 진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전임상 시험은 동물 모델에 크게 의존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음과 같은 비동물 기반 시험법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1. 인간 세포 기반 3D 오가노이드
- 사람의 줄기세포로 만든 3차원 장기 유사 구조체
- 예: 간 오가노이드, 뇌 오가노이드, 망막 오가노이드
- 장기 독성이나 약효를 더 실제 인체 환경에 가깝게 평가 가능
2. Organ-on-a-chip
- 미세유체 기술로 제작된 칩 위에 다양한 세포를 배양해 장기 모사 환경 구현
- 장기 간 상호작용까지 재현 가능
- 제약사들이 전통 동물 모델을 대체할 수 있는 정밀하고 재현성 높은 플랫폼으로 주목
3. AI 기반 독성/약효 예측
- 딥러닝 기반 모델을 이용해 화합물 구조만으로도 독성 예측 가능
- 수천 건의 생물학적 데이터 기반으로 후보 물질을 사전 필터링
- 비용과 시간 절감 효과 큼
이러한 기술들은 아직 규제기관의 완전한 승인 단계는 아니지만, 보완 실험이나 선별용(pre-screening) 도구로 적극 활용되고 있으며, 일부는 공식 IND 데이터에 반영되기도 한다.
윤리와 규제: 동물 복지와 과학의 균형
전임상 시험은 윤리적 문제가 많기 때문에, 과학적 신뢰성만큼이나 윤리적 정당성도 중요하다.
이에 따라 국제적으로 3R 원칙이 강조된다:
- Replacement(대체): 가능한 경우 동물 대신 인공조직, 세포, 컴퓨터 모델 사용
- Reduction(감소): 필요한 최소한의 수만 사용
- Refinement(정제): 동물에게 고통을 최소화하는 실험 설계
각국 규제기관은 전임상 설계 시 이를 고려한 동물 복지 기준 충족 여부도 평가 요소로 본다.
또한, 전임상 실험은 GLP(Good Laboratory Practice) 기준에 따라 철저하게 관리되어야 하며, 결과는 규제기관(FDA, EMA 등)에 제출할 공식 자료로 활용된다.
IND 신청을 위한 준비
전임상 결과가 충분히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되면, 제약사는 IND(Investigational New Drug) 신청을 통해 임상시험을 요청한다. IND에는 전임상 데이터, 약물 정보, 생산 공정, 시험 계획서 등이 포함된다. FDA나 식약처와 같은 기관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사람에게 투여해도 괜찮은지를 판단한다.
결론
전임상 시험은 신약 개발에서 사람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기 전,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이다. 신약 후보 물질이 사람에게 적용되기 전, 과학과 윤리의 경계에서 가장 많은 고민이 필요한 단계다.
실험실 세포부터 살아있는 동물, 최근에는 오가노이드와 인공지능까지…
전임상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하는 과학적 근거이자 임상의 성패를 가늠하는 핵심 기반으로 단순한 테스트가 아니라 신약 후보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과학적 인증 절차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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